1. 도심항공교통(UAM)의 운용과 항공교통관리(ATM) 시스템의 충돌
도심항공교통(Urban Air Mobility)은 미래 도시 교통체계의 핵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자율비행 기능을 탑재한 전기 수직이착륙기(eVTOL)를 중심으로 한 UAM은 기존 지상 교통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혼잡한 도심 내 이동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특히 대도시에서의 교통 체증,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이동시간의 비효율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이 UAM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급진적인 교통 혁신은 기존 항공교통관리(ATM, Air Traffic Management) 시스템과의 구조적 충돌을 피할 수 없다.
현재 ATM 시스템은 고도 수천 피트 이상의 상업용 항공기 운항을 전제로 설계되었으며, 민간 드론과 같이 낮은 고도에서의 밀집 운항을 고려한 체계가 아니다. 이에 따라 UAM과 같은 다수의 저고도 항공체가 운용되는 상황에서 기존 ATM 시스템은 혼잡, 충돌위험 증가, 정보처리 지연 등 다수의 문제점을 노출하게 된다.
특히 UAM은 다수의 노선을 자율적으로 운항하며, 수 분 단위로 이착륙이 반복되기 때문에 현행의 통제 중심 시스템으로는 실시간 운용 감시와 충돌 회피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 또한, 기존 ATM은 주로 인적 통신과 지상 관제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는 수백 대 이상의 UAM 운용에 적합하지 않다. 이 같은 구조적 미스매치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도시 항공 생태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하는 근본적인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2. 기술적·운영적 문제점과 구조적 병목
UAM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 ATM 체계와 완전히 다른 수준의 분산형, 자동화된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지만, 현재까지 이를 위한 기술적 인프라와 운영적 프로토콜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
첫째, 현재의 항공 통신 및 감시 시스템은 다수의 저고도 항공체를 실시간으로 식별하고 트래픽을 관리하기에 부족하다. 레이더 기반 감시체계는 고도 500피트 이하의 복잡한 도시 환경에서는 건물에 의한 음영으로 정확성이 급격히 떨어지며, GPS 기반 위치 정보도 도시 협곡(Urban Canyon)에서는 다중경로 오류로 인해 신뢰도가 낮아진다. 더불어, 저고도 공역 내에서는 기존 항공기, 드론, 경찰/소방 헬리콥터 등이 혼재해 운항하게 되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구분하고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미흡하다.
둘째, 현재 공역(Class G) 내 UAM 운항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항공사, 도시 행정기관, 국토교통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 혼란과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기체 소유 및 책임 소재, 운항 안전기준, 보험 체계 등도 정비되지 않은 상태다.
셋째, 기존의 항공기 중심 ATM 시스템은 ‘탑다운(Top-down)’ 방식의 중앙통제를 기반으로 하나, UAM은 ‘네트워크 중심(Network-centric)’의 자율 분산운항이 요구된다. 이러한 이질적인 운용 패러다임 간의 접점이 부족하면, 시스템 통합 시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하며 운영 효율성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관제사 인력만으로는 UAM 수백 기체의 비행을 일일이 감시하고 제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이에 따른 인적 오류 증가 또한 우려되는 문제다. 무엇보다 도심 내에서는 긴급상황 대응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측하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동적 시스템의 부재가 치명적인 운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3. 해결방안: UTM 기반의 차세대 분산형 관리 시스템 구축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 해법은 UTM(Unmanned Traffic Management) 기반의 차세대 ATM 시스템 구축이다. UTM은 기존의 중앙통제형 ATM과는 달리, 저고도 무인기 운항을 위해 설계된 분산형 자율관리 시스템으로,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공유, 실시간 트래픽 예측 및 충돌 회피 알고리즘, AI 기반의 자동 관제 기능 등을 포함한다.
첫째, UAM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서는 기체 간, 기체-지상 간 실시간 데이터 공유를 가능케 하는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통신 인프라는 5G 또는 저지연 특성을 지닌 전용망으로 전환되어야 하며, 위치정보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보완 위성시스템 및 시각 센서 융합 기술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UTM 내에서는 비행계획 자동 승인, 실시간 공역 동기화,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 자동화 등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둘째, 정책적 측면에서는 공역의 정밀 세분화 및 UAM 전용 항로의 설정, 운항 표준 절차의 제정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기존 항공기 운항과의 충돌을 예방하고, 도시별로 맞춤형 운항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셋째, UTM 운용을 위한 AI 관제사, 클라우드 기반 관제 플랫폼, 디지털 트윈 기반의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실시간 관제의 부담을 줄이고, 이상상황 대응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UAM 기체에 대한 사이버 보안 체계 강화, 데이터 암호화, 해킹 대응 시스템 개발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사람 중심의 통제가 아닌, 시스템 중심의 예측형 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통해 UAM 운용 시 발생 가능한 충돌 위험과 교통 혼잡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제도적, 운용적 개선책이 병행될 때, 비로소 UAM은 미래 도시 교통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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