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UAM 기체의 새로운 특성과 기존 항공기 인증의 한계
도심항공교통(UAM, Urban Air Mobility)의 핵심 기체인 eVTOL(전기 수직이착륙기)는 기존 항공기와는 전혀 다른 구조적, 기능적 특징을 가진다. 수직 이착륙, 다수의 전기 추진 모터, 자율 비행 기술, 경량 복합소재 등의 적용은 기존의 항공기 인증 기준만으로는 검증이 불가능하거나 불충분한 영역이다. 이러한 이유로 UAM 전용의 새로운 기체 인증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며, 전 세계 항공당국은 이에 대한 대응 체계를 구축 중이다.
기존 항공기는 대부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국가별 항공안전당국(FAA, EASA, 국토교통부 등)의 규정을 바탕으로, 구조적 안전성, 항전장비 적합성, 엔진 출력과 내구성 등 기계적 기준을 중심으로 인증 절차를 거쳐왔다. 하지만 UAM 기체는 전기 추진 시스템, 고효율 배터리, 소프트웨어 기반의 비행 제어 시스템이 핵심이기 때문에, 기존 인증체계로는 충분한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특히 자율 비행 기술이 적용된 기체는 인간 조종자의 개입 없이도 독립적인 판단과 항로 설정이 가능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류와 책임 구조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또한 UAM은 운항 환경 자체가 일반 항공기와 다르다. 도심 밀집 지역을 저고도로 비행하고, 하루 수십~수백 회의 이착륙을 반복하는 높은 회전율 구조를 갖는다. 이런 특성은 기체 내구성, 정비 주기, 운항 빈도에 따른 구조 피로도 평가 방식까지 모두 재정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기존 고정익, 회전익 항공기 분류만으로는 eVTOL의 인증을 설명할 수 없으며, 모터 개수, 전력 밀도, 추진 구조 등 기술 사양 기반의 새로운 인증 기준이 필요하게 되었다.
2. 글로벌 항공당국의 인증 전략과 국가별 동향
미국 연방항공청(FAA)과 유럽항공안전청(EASA)은 현재 eVTOL을 포함한 UAM 기체의 인증을 위한 별도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있다. FAA는 ‘Special Class Aircraft’ 제도를 적용해 UAM 기체에 대한 인증을 개별 사례로 검토하며, 각 기체의 특성과 운용 환경을 반영한 맞춤형 인증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 비행 제어 시스템에 대한 DO-178C(항공 소프트웨어 안전성 기준) 적용 여부, 배터리 화재 대응 구조, 다중 모터 고장 시 비상 대처 방식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편 EASA는 보다 체계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다. 2020년 발표된 SC-VTOL(특수 조건: 수직이착륙기 기준)은 eVTOL 기체의 설계, 시험, 제작 기준을 세분화하여 공식 인증 절차를 제공하고 있으며, 기체 안전성, 추진 시스템의 신뢰성, 탑승자 보호 기준 등을 단계별로 규정하고 있다. SC-VTOL 기준은 특히 자율비행 모드의 단계별 위험 분석과 탑승자 비상탈출 수단까지 포함하고 있어, 향후 글로벌 인증 기준의 모범 사례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역시 K-UAM 그랜드챌린지를 통해 국토교통부 주도 하에 UAM 기체 인증 및 운항 기준을 정립하고 있다. 한국형 VTOL 인증 기준(K-VTOL)은 FAA와 EASA의 기준을 참고하되, 한국 도심 환경에 맞춘 소음 기준, 전력 공급 신뢰도, 긴급 회피 운용 등 국내 특수 조건을 반영할 계획이다. 또한, 항공안전기술원(KIAST)과 한국교통안전공단(TS)은 UAM 전용 시험장 및 기체 인증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개발하여 실증 중심의 기술 인증 체계 확립을 추진 중이다.
3. 항공 안전 규제와 인증 체계의 통합적 과제
UAM 기체 인증은 단순히 기계적 시험이나 설계 승인에 그치지 않는다. UAM 기체는 도심 내 실시간 운항, 자율주행, 고빈도 이착륙, 통신 연계 비행이라는 복합적 운용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인증과 동시에 운항 기준, 관제 시스템, 사이버 보안, 정비 체계, 데이터 연계성까지 포함하는 통합 안전 규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율비행 모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AI가 내린 판단에 오류가 있었는지, 통신 신호가 왜곡되었는지, 기체의 센서가 고장 났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포렌식 기반의 인증 데이터 로그 저장 시스템이 기체에 기본 탑재돼야 한다. 이 데이터는 실시간 모니터링, 비행 기록 저장, 인증 주기 평가, 보험 청구 근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므로, 기체 인증 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요소로 간주된다.
또한, 도심에서 고도 300~500m를 비행하는 기체는 낙하물 방지 설계, 소음 기준, 승객 피난 안전 기준 등 도시 환경 특화 기준을 포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증 기관은 제조사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디지털 트윈 기반의 설계 시뮬레이션, 현장 시범 운항 데이터 수집, AI 기반 위험 분석 시스템 등을 포함한 ‘예측형 인증’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UAM 기체 인증은 독립적 작업이 아니라 국가적 교통 체계와 공역 운영 시스템 전반과 연결된 융합 인증 모델이 되어야 하며, 표준화된 국제 가이드라인과 지역별 특수 조건을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다층적 규제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만, 진정으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UAM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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